공부참여마당

Home m_note

CS Center

tel. 080-910-0600

am 9:00 ~ pm 6:00

토,일,공휴일은 휴무입니다.

02-916-6191
sales2@i-sens.com

공부참여마당

::: 로그인후 글쓰기 버튼이 나타납니다. 이용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김정탁 칼럼 북경올림픽 ‘황’주노초파남‘청’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진 조회 1,911회 작성일 2011-01-07 14:51

본문

북경올림픽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기록도 풍성했지만 화제도 많았다. 으뜸가는 화제는 중화민족의 부활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그 스케일의 웅장함이었는데 그 웅장함은 개・폐막식을 통해 잘 드러났다. 원래 올림픽은 제우스신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여러 신들을 찬양하기 위해 생겨났기에 개・폐막식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성화 점화와 함께 개막이, 소등과 함께 폐막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예식 때문에 올림픽 경기장을 특별히 스타디움이라고 부른다.
유일신을 신봉하는 기독교 국가인 로마제국에 의해 폐지되었던 고대올림픽은 꾸베르탱에 의해 부활되어 1896년 올림픽 발상지였던 아테네에서 다시 열리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근대올림픽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고대올림픽에서 근대올림픽으로의 전환은 명목상의 변화를 훨씬 넘어선다. 그리스인들의 민족적 지역적 축제에서 세계인의 글로벌한 축제로 변함으로써 올림픽이 지닌 보편적 가치에 더해 개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훌륭한 장으로 기능하고 있어서이다.
8년 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은 황토색 일색으로 물들인 스타디움을 한 마리 말이 힘차게 가로지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는 넓은 대륙 호주를 개척했던 자신들이야말로 대륙의 진정한 주인임을 말해주고 싶었던 의도였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도 온통 파란색으로 채색된 스타디움에서 바르셀로나인들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서지중해를 배경으로 힘차게 뻗어나갔던 바르셀로나의 영광을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경올림픽 개막식에선 황토색과 파란색처럼 통일된 색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 대신 경기가 개최되는 모든 경기장마다 황색과 청색을 기본으로 하여 그 사이를 비슷한 색으로 연결하는 마치 무지개와 같은 비주얼을 연출했는데 이런 식 색 배열은 경기장 바닥 뿐 아니라 관중석에도, 경기장과 관중석 사이의 칸막이에도, 텔레비전 카메라가 비출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있었다.
이것은 시각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결과는 아니다. 그 색 배열 뒤에는 북경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말하고 싶은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황색과 청색은 어쩌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에, 그 사이를 잇는 다양한 색들은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에 해당한다. 또 이 색들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로 통일되기에 북경올림픽 구호처럼 여기서 ‘하나의 세계(one world)와 하나의 꿈(one dream)’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이런 색 배열은 천지현황(天地玄黃: 하늘천 따지 감을현 누룰황)과도 관련이 깊다. 하늘은 드러나지 않아 구분이 없지만 땅은 산도, 바다도, 강도, 숲도 있어서 모든 것이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노장적 사유가 현(玄)의 사유와, 유가적 사유가 황(黃)의 사유와 관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색과 황색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중국 전통사상의 오묘함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서세동점(西勢東占)의 시기에 고뇌에 찬 중국 지식인들이 생각했던 동도서기(東道西器: 동양의 원리, 서양의 응용)의 원리와도 연결 짓고자 했다. 즉 동양 도학과 서양 기학과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인류문명을 창조하려는 메시지였다.
이렇게 볼 때 서울올림픽 개막식은 초라하다. 한마디로 철학의 빈곤 때문이다. 소년의 굴렁쇠마저 없었다면 세계인에게 어떤 메시지도 주지 못했던 개막식으로 끝날 뻔 했다. 그래서 세계적 명성의 문화기획자인 기 소르망조차 서울올림픽을 초등학교 학예회로 폄하하지 않았는가. 이런 수준의 문화기획은 국가이미지 제고와 관련해서도 나타난다. ‘다이나믹 코리아’, ‘스파클링 코리아’의 구호는 요란하지만 이런 슬로건으론 이 조그만 나라가 50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가 될 수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철학적, 인문적, 미학적 담론까지 담아낼 때 대한민국의 번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인은 느낄 수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국가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런 실패가 또다시 되풀이될까 걱정이다. 더욱이 여수해양엑스포와 대구세계육상대회처럼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지는 대회가 줄줄이 열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문화담론을 어떻게 세계화 할 수 있을 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 문화기능공보다는 인문학적 배경이 깊은 문화기획자의 참여가 두드러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