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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10-02 08:45
[감각감상] [나상호 교무님의 글] 물이 반 담겨 있는 잔
 글쓴이 : 고원선
조회 : 609  
잔(컵)에 물이 반이 담겨 있습니다. 반은 비어 있죠.

그런데, 달리 보면 잔은 가득 차 있습니다. 물이 반, 나머지 반은 공기로 차 있습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물반은 있다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반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물과 공기는 우리 눈에 보이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을 뿐,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있습니다.

그래서 우주는, 진리는 원만구족(圓滿具足)하다고 합니다.

부모님이나 스승님이 돌아가시면 그 빈 자리가 참 크지요. 그런데, 그 빈 자리는 빈 자리인 채로 있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에 의해서 채워집니다. 단지 부모님이나 스승님의 힘에는 미치지 못하겠지요.

자주 쓰던 오른팔이 다쳐 한동안 못 쓰게 될 경우, 왼손이 그때까지 오른손이 하던 일을 대신 합니다. 오른 손만은 못해도 말입니다.

이렇듯 빈 자리는 보이지 않는 것 또는 달리 의지해오던 인연에 의해 채워지게 마련입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마음이 크면 남의 시비에 끌려 밖을 바라보는 마음이 작아집니다.

욕심이 많으면 청정한 마음이 줄어듭니다.

선한 마음이 커지면 악한 마음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내면을 보는 마음이나 남의 시비를 보는 마음이 바탕은 같습니다. 그 바탕에서 나온 마음이 서로 연하여서 하나가 되고 있지요. 다만 어느 마음이 큰가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 작용이 달라지고, 거기서 일어나는 업이 달라지겠지요.

욕심과 청정한 마음의 관계,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 마음에 둘이 아닌 하나로서 공존하여 원만구족하게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도 세월이 지나면 사라져 없어지지만, 그 없는 자리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있는 것(有)은 없는데(無)로 돌아가고, 없는 데(無)서 생겨납니다.(有)

그래서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돈다고 하신 것입니다.

유와 무가 서로 바탕이 되고 의지처가 되어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유와 무는 그렇게 구족한 것입니다.

법정 스님이 그래서 당신의 책 서명을 '텅빈 충만' 이라 하신 것입니다.

다시 물이 반 담겨 있는 잔을 봅니다.


도관 13-10-04 13:20
 
정하면 텅 비었고, 동하면 능선 능악.....
정의수 13-10-08 15:24
 
텅빈 충만.....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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