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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7-31 08:39
[감각감상] [나상호 교무님의 글] 막힌 구멍, 뚫린 구멍
 글쓴이 : 고원선
조회 : 694  
"아빠, 세면대에 물이 잘 안내려가요."

작은 아이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합니다.
"네가 거기에 대고 머리를 감아서 그런 것 아냐?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래."

"아녜요. 그 뒤로 안그랬어요."

이런 대화를 나눈 지 제법 되었습니다. 철사로 해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았지만 안되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서서히 빠지니 불편한대로 그냥 지냈습니다. 하지만 세면대만 쳐다보면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집에 10년 정도 살다보니 다른 것도 그렇고 하나하나 낡아갑니다. 그래서 세면대도 그렇거니 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고 궁리를 하다가 마땅한 물건이 없나 하고 창고를 뒤지기로 했습니다.

"아. 이거다."

수년 전에 다른데서 막힌 구멍을 뚫는다고 샀던 긴 용수철로 된 기구가 녹이 슬어서 구석에 박혀 있었습니다. 구멍에 서서히 밀어넣고 돌리니 물이 조금 빠른 속도로 내려갔습니다. 흘러내리는 물과 함께 시커먼 찌 꺼기들이 밀려 내려 왔습니다. 한참 돌리다가 기구를 밖으로 빼내었더니 머리카락이 제법 뭉쳐서 나왔습니다. 아이를 불러 보여줬더니 머쓱한 듯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만 탓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는 비단 머리카락만 있었던 게 아니고 그 위로 내가 흘러내린 것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비단 물이 흐르는 구멍만이 아니라 길을 가는데도 그렇습니다. 하나가 길을 막으면 뒤이어 따라간 것들도 함께 길을 막습니다. 그러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함께 막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습니다. 한 기운이 막히면 뒤 이어 가는 기운도 따라서 막힙니다. 인연들 속에서 한번 그 사람이 싫은 마음이 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싫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법문에 이르시기를 "한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한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난다."고 하셨습니다.

일상의 일이나 사람들과 자꾸 막히는 관계가 지속되다면 처음 그 일을 할 때, 처음 관계 지을 때부터 되돌아 살펴보아야 합니다. 원래는 없었는데 처음 막힌 것을 막힌 그대로 두고 있으니 그 다음은 갈수록 막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되도록 사람들과 막히지 않고 살려고 마음공부를 무던히 합니다만, 아직도 그것이 자유스럽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마음공부를 놓고 안하면 막힌 그것을 볼 지혜가 없어서 보질 못합니다. 그게 잘 안보이면 지금 마음공부가 묵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쉬지 않아야 하는가 봅니다


도관 13-07-31 12:43
 
마음 공부는 쉬지 않고 꾸준히.....
정의수 13-08-01 10:35
 
관계가 막혔거나 오랜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분들께 어떻게 뚫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인 것 같습니다. 마음 공부가 부족해서 그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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