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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10-14 22:35
무늬만 원불교 교도에서 진짜 원불교 교도로 다시 태어나기 - 16단 서지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5  
무늬만 원불교 교도에서 진짜 원불교 교도로 다시태어나기 - 16단 서지은

 수원시에서 아이 유치원 보내기는 대학입시 보다 힘들다. 집 주변 여러 유치원에 원서를 넣고 운이 좋아 추첨에 당첨이 되면 골라서 가지만, 운이 나쁘면 한 군데도 당첨이 안돼 불안한 예비합격을 기다려야 한다. 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운에 의한 것이라 덜 억울할 것 같지만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고 사립 유치원 비용을 따로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유치원이 아닌 추첨에 의해 결정된 유치원에 보내야 하니 억울하다.

  작년 11월 이 피 말리는 유치원 추첨 경쟁에서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유치원에 당첨되었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대형 브랜드 유치원인 그곳에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보냈지만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부분 사립 유치원이 그러하겠지만 인지위주 학습에 열을 올리고 주5회 방과후 영어 교육을 강제적으로 듣게 하는 곳이었다. 개인비용이 드는 영어 수업이 강제인 것에 대해 불법이 아니냐고 항의해 보았지만 사립 유치원을 선택한 건 학부모니까 이 교육 방식이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는 식이었다. 우린 그곳에 추첨이 되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뿐인데 억울했지만 애를 맡기는 입장에서 참아야했다.

  아이는 3월부터 유치원 생활을 시작해 즐겁게 생활했다. 유치원 안 가겠다고 떼쓰는 일 한 번 없이 첫 날부터 적응을 잘해 선생님들에게 귀여움 받고 다녔다. 직장 엄마들을 위해 유치원에서 정규 수업이 끝나고 종일반을 운영하는데, 그곳에서 한글과 수학 학습지를 아이들에게 시켰다. 아이들 데리러 가서 보았더니 5세 아이에게 ‘아, 아, 아’를 따라하게 하고 글자를 쓰게 하고 있었다. 정말 싫었다. 우리 아이는 안 해도 되니 시키지 말라고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가던 차에 다른 곳에서 4월에 추가 원아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으로 레지오 교육을 하는 수원에서 유명한 유치원이었다. 인지학습은 전혀 시키지 않고, 아이들 흥미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걸 하게 환경만 만들어 주는 곳으로 교육철학이 뚜렷한 곳이었다. 원아 중 50%를 신자 중에서 뽑기 때문에 그곳에도 원서를 넣었었지만 남아 6명만 뽑는 로또보다 치열한 경쟁에서 떨어졌었다. 그런데 증반이라니 당장 옮겨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한 가지 걸리는 건 셔틀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는 것과 천주교 유치원이라 종교 성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거였다. 어느 유치원이든 일장일단이 있을 건데 어떤 장점을 얻기 위해 어떤 단점을 감내해야 할 것인지 고민 되었다. 천주교 유치원인 것보다 강제 영어 교육을 시키고 기계적 인지위주 학습을 시키는 유치원이 더 싫어서 결국 4월에 유치원을 옮겼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은 생각했던 대로 자유로웠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유치원이었다. 종교 유치원이 가지고 있는 자잘한 행정상 단점이 있었지만 수용할 만했다. 삶의 전환점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듯 천주교 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 다른 고민이 생겼다. 보고 듣고 원에서 배운 것을 곧이곧대로 따라하는 고지식한 성격이 강한 아이는 어려운 일이 닥치면 하느님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하면서 유치원에서 배운 성가를 불렀다.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판단할 때 되면 괜찮아질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해 보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 성가를 부르는 아이를 보기 힘들었다.

  우선 아이와 함께 교당에 자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후로 주말에 교당에 나갔더니 일원상을 보고 무어냐고 질문도 하고 영주도 따라했다. 노래도 가르쳐주고 싶어서 홈페이지에서 찾아봤지만 내가 어릴 적에 부르던 오래된 몇 개 노래가 전부였다. 그때부터 원불교에 대해 알려주려고 사은님이 뭔지, 일원상이 뭔지 설명해주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되자 그동안 마음 공부하지 않은 게 이렇게 돌아오는 구나 싶었다.

  아이가 천주교 유치원에 다니면서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있는 상황이 불안한 이유는 유치원이 아닌 나와 우리 가족 생활 모습에 있었다. 일원 가정이라면서 매주 법회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도하고 마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게 문제다. 내 공부가 부족함이 없었다면 아이에게 원불교에 대해 알기 쉽게 얘기해 줄 수 있었을 테고, 우리 가족 생활이 원불교 교리 안에 있었다면 자연히 녹아 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 유치원에 다니는 걸 불안해하지 말고 이걸 기회로 우리 가족이 진짜 일원 가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이에게 말해 주기 위해 공부하려고 마음먹고 펼친 교전은 단어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 어렵고 모르겠는 것 투성이어서 급한 마음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각오는 새롭다. 무늬만 원불교도에서 진짜 원불교도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갈 길이 멀겠지만 부모들이 그렇듯 아이를 위해 뭔들 못하겠는가. 아이를 위해 성불쯤은 해야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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