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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접기 - 12단 최인선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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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965회 작성일 2013-09-14 09:25

본문

                                                                  반으로 접기
                                                                                                                      12단 최인선 교도

최근에 친한 친구로부터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친구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지만 그 마음을 접기로 했다. 접으니 내 마음이 편해졌고 접으니 사실 그렇게 이해 못할 일도 또 섭섭해 방방 뛸 일도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결혼 그리고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진 육아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변화도 찾아왔다. 지금은 육아가 어느 정도 몸에 익어 안정이 되었지만, 재원이가 태어나 6개월 까지는 육아가 전쟁과 같은 시간으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힘들었던 순간들도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 힘든 순간이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나 자신을 놓아주는 일이 먼저 가능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재원이와 24시간을 함께 하면서 나는 나 자신 보다 재원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 자신을 내려놓게 되었다. 내가 현재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있다면 집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먼저 놓아주어야 한다. 그저 한 걸음만 더 뒤로 물러서서, 한 뼘만 더 손을 내밀어, 한 소금 지나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별것 아닌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재원이와 함께할 때 나를 놓고 단지 재원이의 엄마인 나만 존재한다. 재원이가 엉덩이를 흔들면 나도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춰주고, 재원이가 흥겨워하면 나도 같이 흥에 겨워 뽀로로 노래도 불러주고, 재원이가 네 발로 기면서 좋아하면 나도 옆에서 보조를 맞추어 재원이와 함께 거실을 네 발로 긴다. 재원이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나를 부르면 나도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소리로 재원이에게 응답한다. 이것이 재원이와 함께할 때 나를 놓는 것이다. 누군가가보면 나를 놓은 게 아니라 정신줄 놓은 것으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재원이와 함께하면 참으로 반으로 접는게 쉬워진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해지듯 그 상황에 대해 두 눈 딱 감고 접는다. 비록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비로소 종이비행기도 날듯이 속상한 마음을 반을 접고 그래도 그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또다시 반을 접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지금까지는 한 두 번만 접으면 편해졌지만, 아마도 앞으로는 두 번, 세 번, 네 번, 이상을 접어야 할 일들도 무수히 많아질 것이다. 그래도 나는 두렵진 않다. 접으면 되니까. 그리고 한번 접었던 것은 그 접힌 자국이 남아있어 다음에 접을 땐 처음보다 쉽게 접히니까. 그래서 나는 접는 게 두렵진 않다.
살아가다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할 곳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며,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기도 하고, 표현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표현하기도 하며, 기다리지 말아야 할 것을 기다리기도 하고, 기다려야 할 것을 기다리지 못하기도 한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실수들이 일어나고, 내가 원하지 않는 일들이 이렇게 많이 일어나는데 그 모든 일에 대해서 반을 접지 못하면 마음이 어찌 감당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접기로 한다.